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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교구장 성탄 메시지/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주교
작성자   송산성당  회원정보 쪽지
작성일   2017-12-25 오후 12:18:13  번 호   379 
조 회   118  추천수   0 

이기헌주교님문장 S.jpg

 

[2017 교구장 성탄 메시지]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황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루카 1,78-79)

 

어두움과 불안 속에서 빛을 비추시고 참 평화를 주실 분을 간절히 기다리던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빛과 평화가 되어 탄생하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14)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빛과 평화의 왕으로 탄생하신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며 베들레헴 하늘에서 평화를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밤을 지새우며 양을 돌보는 가난한 변방의 목자들에게 위로와 함께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가 2,10-11)


한반도를 둘러싸고 핵의 위협과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또한 새로 출범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고 과격한 발언으로 북한을 위협하였고, 북한의 김정은도 이에 못지않게 응수하였습니다. 특히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공격이 자칫하면 우발적으로라도 일어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마저 찾아들었습니다.


성탄 밤 베들레헴 천사들의 평화의 선포가 이 땅에서 실현될 날이 오기를 희망해봅니다. 그런데 그 선포 내용을 들여다보면, 평화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주어 진다고 합니다. 이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아 깊은 성찰을 하게 됩니다. 과연 우리들은, 우리 교회는 평화를 얻기에 합당한가,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았는가 반성을 해보아야 합니다. 형제끼리의 처참한 전쟁을 체험하고 분단의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과연 우리는 평화를 위해 얼마나 기도하였으며, 평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사도로 불리움 받은 사람들입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하느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마태 5,9 참조) 


평화의 길을 걸어가려는 사람들은 일상의 생활에서부터 용서와 화해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3년 전 방한 시 있었던 공직자들과의 만남에서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진시켜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어 가는 끝없는 도전입니다. … 평화란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존중하고 인내하고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의 분쟁을 극복하며 평화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을 우리는 바로 성탄 밤 베들레헴을 둘러싼 정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탄의 소식이 처음 전해진 가난한 목자들, 초라한 마구간에 마련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자리, 함께한 동물들 등은 구유의 영성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고 있는 장면입니다. 가난한 모습이 되어, 가난한 이들을 먼저 찾아오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그들과 함께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성탄이 아름다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바티칸 광장에 마련된 구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구유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고 구유 바로 곁에는 소수의 인원이 탄 작은 배가 있었습니다. 전쟁과 분쟁을 피해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유 언저리에는 수단을 입은 사제가 있었습니다. 교회가 그들을 맞아들이라는, 가난한 모습으로 강생하신 예수님의 메시지입니다. 구유와 난민,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주제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상황이라면 또 다른 의미의 난민인 새터민과 이주근로자들도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제 일주일 후면 맞게 되는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앞두고 교황님은 ‘이민과 난민: 평화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담화문을 주셨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은 전쟁과 기아를 피하여, 또는 차별과 박해와 빈곤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자비심으로 끌어안으라고 촉구하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은 난민들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합니다. 난민 지위를 희망하는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의 사람이 우리 교구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에 따라 한 본당이 한 난민 가정을 돌보아 주었던 유럽 교회처럼 우리도 그렇게 한다면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일 것입니다.


2017년 성탄절,
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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