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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멍(Gaze at a Candle)
작성자   장문춘  회원정보 쪽지
작성일   2026-09-26 오후 5:42:45  번 호   375 
조 회   9  추천수   0 


* 초멍(Gaze at a Candle)

                                                                                                              사제단상

 

제 사제관 침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성모상이 바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성모상 앞에 촛 불들이 빛을 내고 있습니다.

많은 초가 불을 밝히고 있는 날도 있고 아무런 촛불 없이 성모상만 보일 때도 있습니다. 성모상 앞에 초가 많이 타고 있을 때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촛불을 봉헌한 신자분들의 간절한 바람들이 성모님 앞에서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고 있는 초들을 보면서 속으로 기도합니다.

‘성모님, 당신 앞에 이 초를 봉헌한 이들의 캄캄한 마음속에도 빛이 비쳐 들게 도와주세요.’

사실 타오르는 초는 ‘무언의 기도’ 라 여겨집니다. 불꽃은 하늘을 향하고 있고, 고요하게 타고 있는 촛불은 두 손을 간절히 모은 모습처럼 보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도가 잘 안 되고 마음이 잘 모이지 않을 때는 방에 불을 끄고 초를 켜놓고 가만히 그 초를 바라봅니다.

그럼 마음이 좀 모아지고 초가 타며 내는 불빛에 기도를 얹어봅니다.

요즘 날이 선선해지면서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캠핑족들이 캠핑장에서 반드시 하는 것 중 하나가 ‘불멍’이라고 합니다.

‘불멍’ 은 ‘불을 멍 때리고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라 합니다. 저는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해보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불멍’을 하다 보면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한답니다. ‘불멍’하러 캠핑을 간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효과가 있긴 한가 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초멍’을 추천해 드립니다. ‘초멍’ 이란 ‘촛불을 멍 때리고 가만히 바라보는 것’입니다.

세상 걱정들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고 마음이 좀 답답하실 때 방에 모든 불을 끄고 초에 불

을 붙여보세요. 그리고 그 촛불을 뚫어져라…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러면 안압이 좀 올라가면서 두통이 올 거예요. 그러면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인해 마음속 걱정들로부터 좀 자유로워지실 겁니다….

마음속 고통은 육체적 고통으로 잊으시면 됩니다…. 농(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만히 타오르는 초를 바라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삶이 깜깜한 이유는 내가 타지 않고 있어서 그렇구나…

빛을 내려면 타야 하는데…

타려고 하지 않았구나….’

그렇게 초를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나를 태우기 위한 힘과 용기가 조용히 마음속에 생기는 것 같아요.

9월 순교자 성월에 우리들이 기억하는 교회의 순교성인들은 자신을 태우며 빛을 낸 촛불 같은 삶을 살아가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삶을 바라보면 한 줄기 빛을 얻는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9월 순교자 성월, 시간 내셔서 방 한편에 눅어져 가는 기도 초에 불을 붙이시고 ‘초멍’ 하시면서 그 초에 기도도 얹어보시고,

순교자들의 삶도 한번 떠올려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다만 꼭 부탁드립니다. 불조심하세요.

                                                            2026/09/26 춘천교구주보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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